다화가 놓이는 자리는 산만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꼭 꽃이 아니어도 좋다. 들풀, 야생화 어느것 하나 어울리지 않은 것이 없다. 또한 주변이 복잡스럽고 번잡함은 피하는 것이 좋다. 물이 흐르고 고요한 냇가에 있는 듯 다석을 꾸며야 한다. 우리 선조들은 인위적인 분위기를 피하고 가장 자연스런 자리에서 다례를 행하였음을 찾아 볼 수 있다. 대청마루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자리 또는 뒤뜰에서 장독곁에 조그만한 후원의 너그럽고 자연스러운 풍정을 느끼는 자리를 다석으로 꾸미었다. 여름철에는 주거공간에서 가장 넓고 시원스러운 대청마루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이상적인 자리가 되었다.
따라서 天地人, 하늘과 땅과 사람과 合一을 이루면서 정다운 사람과 또는 동리 어른들이 모여 차한잔 나누면서 자연의 아름다운 이야기도 나누고 필시 들풀, 야생꽃 한두송이 꽂아 가까이 두고, 아니면 사군자의 멋스러움과 시 한 수를 읊는다던가 농경 생활문화의 이야기를 나누는 정자는 조상들의 풍류와 지혜로운 삶에 대한 것이 이루어진 자리가 되는 것이다.
또 샘가의 작은 정자는 친구를 불러들이는 최상의 자리가 되는 것이다. 정자의 이름도 멋스러운 분위기로 지어지고 불러졌다. 茶亭. 茶村. 茶堂. 茶室. 蓮亭. 山居 등 수많은 아름다운 이름이 주인의 취향과 자연적인 환경과 어울리는 조화 속에서 멋스러움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은 다도가 행해지는 자리를 도고노마라 하여 반평 정도 다다미를 깔고 옆으로 칸을 지르고 방바닥에서 약 10cm정도 높게 되어져 있다. 여기에 茶花를 놓아두고 그림이나 서예 족자 한점을 걸어둔다. 일본인들은 도고노마의 공간을 매우 神聖視 한다. 예를 들면 도라지꽃이 꽂이 꽂아 있으면 그림의 소재가 도라지꽃이 되어서는 안되는 약속이 있다고 한다. 도고노마 기둥에 침을 꽂아 화기를 걸어 실버들 등 긴 소재며 꽃을 투입하여 창출한 도고노마는 엄격한 성역처럼 꾸며놓아 자연스러움을 지향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우리는 소박함과 여유가 있다. 꽃이 핀 뜨락이라면 어디에서라도 자연스럽게 다례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선인들은 손님을 맞이할 때 남자는 사랑채에서 여자는 안채에서 손님을 맞이하였다. 사대부나 부유층이 아니면 다실을 별도로 갖는다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男女七歲不同席이란 유교적인 영향을 받았기에 사랑채 안채 구분되어 사용하였다. 사랑채는 남성적인 분위기로 文房四友의 정취를 느끼게 했고, 안채는 여인들의 섬세하고 정갈한 생활로 간결하게 꾸며져 있었다. 다화를 놓는 자리는 문갑이나 사방탁자 또는 좌대나 책상, 방, 기둥 같은곳이 다화가 놓이고 걸었던 자리였음을 찾아볼 수 있다.
전남 특산가
무등산 작설차를 곱돌솥에 달여내어 초의선사 茶法대로 한잔들어 맛을 보고 또 한잔은 빛깔보고 다시 한잔 향내 맡고 다도를 듣노라니 밤 깊은 줄 몰랐구나.
(노산 이은상(1903-1982) 詩) (茶花三味 참고) |